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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 실천시선 237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 실천시선 237
  • 저자노혜경
  • 출판사실천문학사
  • 출판일2016-08-26
  • 등록일2016-11-07
보유 3,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신생과 구원의 징표를 찾으려는 몸부림
1991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해 시집 『새였던 것을 기억하는 새』, 『뜯어먹기 좋은 빵』, 『캣츠아이』를 펴낸 노혜경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는 안티조선운동 멤버, 노사모 대표,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등을 지내며 전방위적 사회?정치 활동을 펼쳐온 시인이 역사와 실천의 배리에 몸부림치며 구원의 징표를 탐색한다. 

허무의 텅 빈 장소로 스며드는 시적 가능성
“나는 혁명을 꿈꾼다”라며 거침없이 세상에 뛰어든 시인. 노혜경 시인이 10년 만에 네 번째 시집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시인은 자신의 의지와 달리 폭풍에 밀려 뒷걸음치는 슬픈 역사의 천사처럼 ‘진보의 역사’를 사유했던 자신이 상품과 현란한 이미지로 번쩍이는 진열장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어디서 무기력한 슬픔에서 놓여나는 계기를 발견할 것인가. 사물들이 반향하지 않고 “조용한 속울음”(「강으로 가기」)만을 삼키는 상황을 무엇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총 6부로 구성된 시집은 꾸준하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시인의 아픈 기억들은 오랜 동안 겪은 역사적 실패의 경험들에서 기인한다. “저 멀리서 산이, 부풀어 오르는 해일처럼 일어나 나를 덮치는 것도” 모른다며(「처음엔 알지 못했던 것들」) 자책하거나 “이 거대한 병렬의 규모, 줄지어 기다리는 빚쟁이들의 만찬/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는 바에야/나는, 그러니까 나는 무엇을 한 것일까”(「역류의 위치」)라며 자신의 행위를 회의하고 “희망을 버리고 안식을 찾는 상한 영혼처럼”(「새를 날려보낸다」) 깊은 좌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시인은 꽃피는 봄날을 환희로 맞기보다 캄캄한 절망으로 받아들이는(「캄캄」) 비애의 감성을 지녔다. 거듭 역류하는 역사의 배리를 겪으면서 의지의 피로가 누적되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한 시대가 ‘검은 태양’으로 캄캄해질 것이라고, 파국이 임박할 것이라고 지각하는 것이다. 그에게 시는 이러한 지각의 한 양식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 텅 빈 장소로 스며드는 시적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다. 그 중심이 허무로 텅 비었기에 새로운 것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파국과 폐허에서 신생과 구원의 징표를 읽으려는 의지이자 몸부림이다. 그렇다면 그 텅 빈 장소는 무엇으로 채워진단 말인가? 시인은 말한다. 새로운 사랑의 발명이라고. “해방도 혁명도 아니라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탈주, 사랑은 욕망하지 않고 함께 있고자 할 뿐이라고/추락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있고자 할 뿐”(「공습경보」)이다. 
이처럼 시인에게 사랑은 도래할 파국의 순간 혹은 죽음을 내 안에 품는 행위다. 슬픔과 우울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오직 사랑으로부터 온다. 또한 사랑은 모든 것을 갱신한다. 

시인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 매번 다시 시작해야 할/사랑을 위해”(「사랑은 왜 야만인가」) “닫힌 문”, “봉인된 꿈”(「열리다, 라는 신화」)에서 사랑의 문턱으로 나온다. 사랑은 순전히 타자와 관련된 것이자 동시에 자아의 문제다. 자기중심적인 자아를 포기하지 않고서 사랑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사랑은 도래할 공동체를 위해 길을 연다. 시인에게 사랑은 완전히 다른 세계, 완전히 다른 인간상을 찾아가는 행위가 된다.

저자소개

탈근대의 정치는 시(詩)여야 한다고 믿는다. 지은 책으로 <새였던 것을 기억하는 새>, <뜯어먹기 좋은 빵>,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 등이 있다.